PKwon2023. 10. 20. 13:34

서편제가 왜 위대한 영화인가

서편제가 나온 지 이미 28년이 되었으나 저는 최근까지 보지 않았고 갈람을 쓴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도 나이가 들고 나니, 이 작품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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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탄생' 이라는 스토리는 그 표뵨은 오래 전부터 있엇던 것으로 추정되나, 1920-30년대 헐리우드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만들어진 이야기로 보입니다.

내용은, 왕년의 스타가, 아무것도 아닌 녀자를 스타로 만들어 주었으나 그 과정에서 자신은 몰락해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영화들의 마지막 장면은 남자가 죽은 후 스타인 녀자가 남자를 생각하는 장면에서 끝나지만, 헐리우드의 생리를 잘 아는 관객들은 저것이 그 남자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의식이다 이런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4번씩이나 영화화된 것은 녀자는 남자를 먹고 위로 올라가는 존재이다 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남자는 녀자의 성공을 위한 거름에 불과하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림권택의 서편제는 이를 꺾어 놓았습니다.

원작은 리청준의 '남도사람' 이지만 리청준의 책에서 소리꾼 유봉과 딸 송화는 , 양녀가 아닌 친딸입니다.

림권택은 양녀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득음이니 소리의 혼이니, 다 주제를 가리기 위한 연막에 불과합니다.


송화가 나이가 들어 젊은 남자들을 보기 시작했고,

유봉은,

죽 쒀서 개 주게 될 판이 되자,

송화의 눈을 멀게 해서 영원히 자기 곁을 못 떠나게 합니다!


득음 어쩌구 이런 건 다 구실일 뿐입니다. 리청준 원작소설에도 송화의 오빠 (원작에서는 아버지 다른 오빠, 영화에서는 유봉의 친아들로 송화의 동생으로 바뀜) 가,

득음은 무슨, 도망 못 가게 하려고 그랬지

이렇게 핀잔을 줘요.

그 시절만 해도 소리만 잘 하면 인생이 펴던 시절이니, 송화도 서울에 가서 권력자의 첩으로 잘 먹고 잘 살게 될 것이었고, 유봉은 이 꼴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작중에 유봉과 송화의 섹스 장면은 없으나, 뭐 굳이 그걸 말을 해야 압니까.

유봉은, 공들여 소리꾼을 길러 낸 후 남 좋은 일 시키게 될 상황에 이르자,

날개를 꺾어 버리는 공업을 실행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할 수도 있겠으나, 영화적 장치로 눈을 멀게 한다는 게 직접 비주얼로 보이는 것이니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후의 내용이나, 나중에 리청준의 다른 소설로 만든 속편 천년학은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봉이 송화의 날개를 꺾어 버리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나야 옳은 것이며,

리청준의 다른 소설 '잔인한 도시'에서도, 감옥에서 나온 노인이 어느 청년에게서 새를 사서 놓아 주는데 다음날이면 새가 다시 거기 와 있었다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새 파는 청년이, 날갯죽지 밑에 잘 보이지 않게 가위질을 해서, 새가 잘 날 수 없도록 해서 거기 돌아오도록 한 것입니다.

노인은 적잖은 돈을 주고 청년에게서 새를 사서, 고향에 있을 것이라는 아들에게로 내려가지만 저자가 말하지 않았으나 아마도 그 새 파는 청년이 노인의 아들이다 이런 생각이 그 땓 들었습니다.

즉 리청준도 날개를 자른다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편제는, 스타 탄생을 역전시킨 작품으로, 남자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당연히 송화는 말라 들어 갑니다. 하늘 높이 날아 오르기 전에 결정적으로 날개가 꺾였으니 여위어 가지요.

하지만 어떡하겠습니까? 주인님이 뒤통수 당할 까봐 반격한 것인데. 눈이 안 보이니 이제 죽을 때까지 유봉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어요. (이후의 내용은 사족에 불과함. 영화를 끝내야 하니 집어넣은 에피소드일 뿐)

이 때문에 서편제는 걸작인 것입니다.

어쩌면 리청준, 림권택 모두 전라도였기 때문에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李蘭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