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won/Serafin2024. 9. 16. 18:23

2023/05/18

쓸데없는 희망에 도박하는 건 다 죽자는 것이다

얼마 전에 홍팍에 올라왔던 만화인데 찾아 보니 네이버에서 '고랭순대'라는 사람이 그린 만화더군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gorangsundae&logNo=221993015859&navType=by

이 만화를 아마도 고랭순대(현재는 군복무 중이라 전하더군요) 는

https://youtu.be/m5JV4CHSiKw

이걸 보고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연도는 1년 전이지만 더 오래 전에 나왔던 영상)

이런 사건은, 애비가 눈 딱 감고 아들의 머리를 부숴 남은 딸이라도 살려야 하는 상황인데,

애비가, 혹시라도 아들이 정상으로 돌아올까 하는 그 '막연한 기대' 때문에,

아들을 죽이지 못하다가 결국 다 죽는 이야기입니다.

위의 동영상에 대해서도 내가 전에 말한 바 있는데,

원래는 3형제인데 장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습니다.

장남은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걸 예감했기에, 도망갈 수 있을 때 미리 도망간 것일 겁니다.

차남이 저 꼴이 되어서 돌아왔을 때 한 명이 총대를 매고 죽여 없앴으면, 삼남도 죽지 않았을 것인데,

차남이 살아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죽이지 않아서 저 꼴이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존속살해를 하면 무조건 사형이었으나, 지금은 옛날과 많이 달라졌고, 솔직히 말해 술 많이 처먹고 보내버린 후 심신미약이다 하면, 피싸개들은 집유 내주기도 합니다.

영화 중에 '눈물이 주룩주룩' 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모리야마 료코의 노래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리야마는 자기 친오빠의 죽음을 노래로 만든 것이라 아래 이야기와 경우가 다릅니다.

아들을 둔 녀자가 딸을 둔 남자와 재혼했고 남자는 죽었으며, 녀자는 죽으면서 아들에게 피가 섞이지 않은 녀동생을 잘 돌보라고 유언합니다. 무대는 오키나와입니다.

아들은 녀동생을 위해 견마지로하다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지쳐서 죽고 맙니다.

녀동생은 슬퍼하는데, 그 때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할머니는, 그따위 껄로 슬퍼하지 말아라. 그는 죽었고 너는 살았다. 중요한 건 그뿐이다. 라고 말합니다.

녀동생은 눈물 몇 방울로 이 모든 것을 접어두고 , 자신의 삶으로 나아갑니다.

아들의 엄마는 남을 위해 희생하라고 가르쳐서 자기의 핏줄이 끊어졌지만,

(여기서 왜 이 배경이 오키나와인지가 나옵니다)

할머니는, 1945년 오키나와 전투에서 주위 사람들이 다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았고, 말은 하지 않으나 아무래도 살아남기 위해서 미군에게 몸을 팔든지 했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그러니 중요한 건 내 핏줄이 살아남은 것밖에 없고 나머지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이 사실을 알므로 그걸 자기 핏줄을 이어받은 녀동생에게 다시금 상기시킨 것입니다.

녀동생에게 양심이 있었으면 바다에 빠져버리는 것이 옳지 눈물이나 흘려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나 할머니는 남을 죽여서라도 자기 핏줄만 살아남으면 된다 이런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죄책감 갖지 말고 살아라 이렇게 가르친 것입니다.

나는 이런 가르침을 오랫동안 숙명론이라는 이름으로 설파하였으나, 중간에 그만 두었습니다. 지금도 다시 숙명론을 논할 마음은 없는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도, 스스로 어떻게든 빠져 나가려는 자들은 기회가 있다 이런 이야기 되겠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려 주던 이야기들, 배운 게 없는 자들은 그런 걸 전수하지 못해서 자식들도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구수하게 그런 이야기를 해 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된 적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이야기는 지금 세상에서는 나 정도 되는 사람들이나 해 줍니다. 나는 목적이 없이 내가 쓰고 싶으니까 쓸 뿐이므로, 이런 이야기 아무렇지 않게 해도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희망

이라는게 마약과도 같은가 봅니다... 안 되는걸 붙잡고(본인 능력 이상의 것) 한계치를 넘겨버리면 줄줄이 꿰여 망하는게 십중팔구에 절망을 넘어 여럿 사망하는 꼴 눈만 뜨고 보게되고, 기회라는것이 몇번씩이나 쉽게 주어지는것도 아닌데... 경험도 눈치도 부족하면 “최소한의 처세라는 것도 못한다“ 라는걸 알기에 폴권님이 풀어주시는 이야기에 감사할따름이지요.

2023/05/18 23:50 by dd URL

@dd

대부분의 사람들은 히망고문에 약합니다.

옛 어른들이 삼국지를 보라고 한 것도, 삼국지의 권모술수를 스는 자세를 배우라고 하는 것도 있지만, 다 부질없다 (합구필분 분구필합) 라는 걸 배우라고 한 것도 있습니다. ㅇ러 영웅들이 열심히 애썼지만 승자는 별로 한 것도 없는 사마씨였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그리 오래 가지도 못했음) . 즉 집착해 봐야 소용없다 이런 걸 이야기했고, 그래서 키타가타 겐조의 삼국지(한국에서는 '영웅삼국지'로 소개) 에서는, 일족이 다 살해되었던 마초가, 싸움이 부질없다고 생각하고 산에 들어가 도자기나 구우면서 여생을 보낸다는 것으로 끝을 냅니다.

전체적인 걸 볼 줄 알면 실수를 줄입니다.

2023/05/20 07:13 by PKwon URL

Posted by 李蘭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