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녀의 참모습 - 부계도 (1907)
본 글은 작년에 쓴 '의붓자식'
http://goola.blog.fc2.com/blog-entry-1338.html
이 글을 먼저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글입니다.
====
일제 시대에, 조선인들은 정말로 이상할 정도로 일본문학에 대한 연구가 일-체 없었습니다.
일본문학 중 잘 알려진 것은 본 글에서도 언급될 오자키 고요의 금색야차(장한몽)나 기타 신파소설 정도였고,
일본의 베스트셀러가 그리 많았는데 조선 말로 번역된 것은 가물에 콩 나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총독부에서도 일본문학을 조선어로 번역하는 걸 그리 장려하지 않았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다들 일본어를 배워서 일본어로 읽어라 이렇게 한 모양인데, 장한몽도 의붓자식 (후에 낳은 정 기른 정 류로 꽤 오래 영상화되었음) 도 조중환이 조선 말로 번역했으니 한국에 남았지, 정말 괴이하다 할 정도로 일제 35년간 일본과 조선은 문화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조선의 일본인들은 자기들끼리만 살았고 조선인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으며, 리광수의 1930년대 소설 '혁명가의 안해' 라는 책에는 일본인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상당수 30년대-40년대 소설에서도 같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즈미 교카도 일본에서는 상당히 유명했는데 조선에서는 아예 존재감이 없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이 사람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
이즈미 교카의 대표작'은 부계도 (婦系図)라는 소설인데, 한국어로는 번역된 적이, 놀랍게도, 없습니다.
옛날옛날에 해적판으로 나왔을 지는 모르겠으나 서지학 정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이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명치시대에 유명했던 작가들은 사실상 나츠메 소세키와, 분량이 짧은 히구치 나츠의 작품만 좀 번역되었지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상 존재 자체를 한국에서 모릅니다.
부계도는 개막장 드라마인데,
주인공 하야세 치카라는 소매치기 하면서 밑바닥으로 살았는데, 어느 날 존경받는 교수인 사카이 슌조의 지갑을 훔치다가 어린 놈이 똘똘한데 불쌍하다고 그의 지원을 받아, 대학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교수가 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런데 하야세는 '오타츠' 라는 창부와 동거하고 있었고 슌조는 네가 그따위 여자와 동거하면 나는 너를 밀어줄 수 없다고 훈계하여 하야세는 오타츠를 밀어 냅니다.
그리고 하야세는 슌조의 뜻대로 그의 딸 오타에와 혼인하려 하나, 지방 명문가인 가와노 에이키치가 나타나 오타에를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뺏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하야세는 가와노 가문과 인연을 맺게 되어, 가와노 가의 딸과 결혼하려 하는데,
가와노 집안의 개막장이 드러 납니다. 에이키치는 오타에와 결혼한 후 바람이나 피우고 다니고 (이 둘은 비중 이후 거의 없음),
이 집안의 장녀는 사실은 가와노가 출정했을 때 (세이난 전쟁으로 추정), 처가 다른 놈과 바람을 피워서 낳은 딸이었으며,
그렇게도 도덕적이고 훌륭한 줄 알았던 스승 슌조도, 그의 딸 오타에가 사실은 창부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세상에 염증을 느낀 하야세는 모든 걸 폭로해 버리고,
가와노 가문의 가장 히데오미는 아내와 딸들을 죽여 버린 후 자살합니다.
하야세는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 할 수 없이 자살한다는 게 이 글의 끝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영화화할 때는 내용이 약간 달라지는데,
이즈미 교카는 이 작품을 신파극으로 만들 때에 한 장면을 추가해 넣었습니다.
하야세가 오타츠와 이별하는 장면을 '유노시마의 하얀 매화' 라는 단막극으로 만들어 따로 썼는데 이 단막극이 본작보다 더 인기를 얻었으며,
원작에는 초반에 퇴장하는 창부 오타츠가 사실상 녀주인공으로 승격되어, 영화화할 때는 가와노 가의 막장드라마는 생략되고 일부가 사카이 집안의 일로 차용되었으며,
마지막에는 하야세가 죽지 않고, 죽어 가는 오타츠의 곁을 지킨다는 결말로 바뀌었고 이후의 모든 영화화본은 이 본을 따릅니다.
===
이 책이 나온 거이 자그마치,
1907년입니다!
더우기 이 작품은 부분 실화입니다.
하야세의 모델은 이즈미 교카 자신이고, 오타츠의 모델은 당시 그가 동거하던 창녀 스즈입니다.
그리고 그의 스승은 당시 문단을 꽉 쥐고 있는 오자키 고요 였습니다. 오자키 고요를 지금은 금색야차로만 기억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파워가 강했던 자입니다.
오자키 고요는 이즈미에게 너 그년과 계속 살면 내가 왕따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이즈미는 스즈를 내쫓았습니다.
그런데 오자키는 얼마 후 죽고,
의붓자식에서 말한 대로 그의 끝 녀자를, 역시 오자키의 꼬봉이던 야나가와 슌요('의붓자식' 저자)가 데리고 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즈미도 야나가와와 같은 꼬봉이었으니 그 이야기를 알지 않겠습니까?
이런 개막장 이야기를 글로 남기지 않을 수 없어 그는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스즈와는 20여년 후에야 재회해서 그 떄에 결혼을 했다고 전합니다.)
이것이 120년 전의 스시녀들의 참 모습인 것입니다 우하하.
====
어찌 보면 하늘에서 내려온 1억개의 별과도 비슷하고, 일본의 스토리들은 이미 명치시대부터 그 원형들이 존재 합니다.
막부시절부터 온갖 시나리오들이 다 내려왔으니 그러니까 라이트노벨들까지 그 소재들이 풍성한 것입니다.
한국은 기껏해야 판소리 6부작 (그나마 적벽가는 조선 이야기도 아님), 이런 것만 있으니 무슨 소재가 풍성하겠습니까?
http://goola.blog.fc2.com/blog-entry-1338.html
이 글을 먼저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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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에, 조선인들은 정말로 이상할 정도로 일본문학에 대한 연구가 일-체 없었습니다.
일본문학 중 잘 알려진 것은 본 글에서도 언급될 오자키 고요의 금색야차(장한몽)나 기타 신파소설 정도였고,
일본의 베스트셀러가 그리 많았는데 조선 말로 번역된 것은 가물에 콩 나듯 하였습니다.
그리고 총독부에서도 일본문학을 조선어로 번역하는 걸 그리 장려하지 않았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다들 일본어를 배워서 일본어로 읽어라 이렇게 한 모양인데, 장한몽도 의붓자식 (후에 낳은 정 기른 정 류로 꽤 오래 영상화되었음) 도 조중환이 조선 말로 번역했으니 한국에 남았지, 정말 괴이하다 할 정도로 일제 35년간 일본과 조선은 문화의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조선의 일본인들은 자기들끼리만 살았고 조선인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으며, 리광수의 1930년대 소설 '혁명가의 안해' 라는 책에는 일본인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상당수 30년대-40년대 소설에서도 같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즈미 교카도 일본에서는 상당히 유명했는데 조선에서는 아예 존재감이 없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이 사람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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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교카의 대표작'은 부계도 (婦系図)라는 소설인데, 한국어로는 번역된 적이, 놀랍게도, 없습니다.
옛날옛날에 해적판으로 나왔을 지는 모르겠으나 서지학 정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이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명치시대에 유명했던 작가들은 사실상 나츠메 소세키와, 분량이 짧은 히구치 나츠의 작품만 좀 번역되었지 나머지 사람들은 사실상 존재 자체를 한국에서 모릅니다.
부계도는 개막장 드라마인데,
주인공 하야세 치카라는 소매치기 하면서 밑바닥으로 살았는데, 어느 날 존경받는 교수인 사카이 슌조의 지갑을 훔치다가 어린 놈이 똘똘한데 불쌍하다고 그의 지원을 받아, 대학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교수가 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런데 하야세는 '오타츠' 라는 창부와 동거하고 있었고 슌조는 네가 그따위 여자와 동거하면 나는 너를 밀어줄 수 없다고 훈계하여 하야세는 오타츠를 밀어 냅니다.
그리고 하야세는 슌조의 뜻대로 그의 딸 오타에와 혼인하려 하나, 지방 명문가인 가와노 에이키치가 나타나 오타에를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뺏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하야세는 가와노 가문과 인연을 맺게 되어, 가와노 가의 딸과 결혼하려 하는데,
가와노 집안의 개막장이 드러 납니다. 에이키치는 오타에와 결혼한 후 바람이나 피우고 다니고 (이 둘은 비중 이후 거의 없음),
이 집안의 장녀는 사실은 가와노가 출정했을 때 (세이난 전쟁으로 추정), 처가 다른 놈과 바람을 피워서 낳은 딸이었으며,
그렇게도 도덕적이고 훌륭한 줄 알았던 스승 슌조도, 그의 딸 오타에가 사실은 창부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세상에 염증을 느낀 하야세는 모든 걸 폭로해 버리고,
가와노 가문의 가장 히데오미는 아내와 딸들을 죽여 버린 후 자살합니다.
하야세는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 할 수 없이 자살한다는 게 이 글의 끝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영화화할 때는 내용이 약간 달라지는데,
이즈미 교카는 이 작품을 신파극으로 만들 때에 한 장면을 추가해 넣었습니다.
하야세가 오타츠와 이별하는 장면을 '유노시마의 하얀 매화' 라는 단막극으로 만들어 따로 썼는데 이 단막극이 본작보다 더 인기를 얻었으며,
원작에는 초반에 퇴장하는 창부 오타츠가 사실상 녀주인공으로 승격되어, 영화화할 때는 가와노 가의 막장드라마는 생략되고 일부가 사카이 집안의 일로 차용되었으며,
마지막에는 하야세가 죽지 않고, 죽어 가는 오타츠의 곁을 지킨다는 결말로 바뀌었고 이후의 모든 영화화본은 이 본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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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거이 자그마치,
1907년입니다!
더우기 이 작품은 부분 실화입니다.
하야세의 모델은 이즈미 교카 자신이고, 오타츠의 모델은 당시 그가 동거하던 창녀 스즈입니다.
그리고 그의 스승은 당시 문단을 꽉 쥐고 있는 오자키 고요 였습니다. 오자키 고요를 지금은 금색야차로만 기억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파워가 강했던 자입니다.
오자키 고요는 이즈미에게 너 그년과 계속 살면 내가 왕따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이즈미는 스즈를 내쫓았습니다.
그런데 오자키는 얼마 후 죽고,
의붓자식에서 말한 대로 그의 끝 녀자를, 역시 오자키의 꼬봉이던 야나가와 슌요('의붓자식' 저자)가 데리고 살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즈미도 야나가와와 같은 꼬봉이었으니 그 이야기를 알지 않겠습니까?
이런 개막장 이야기를 글로 남기지 않을 수 없어 그는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스즈와는 20여년 후에야 재회해서 그 떄에 결혼을 했다고 전합니다.)
이것이 120년 전의 스시녀들의 참 모습인 것입니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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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하늘에서 내려온 1억개의 별과도 비슷하고, 일본의 스토리들은 이미 명치시대부터 그 원형들이 존재 합니다.
막부시절부터 온갖 시나리오들이 다 내려왔으니 그러니까 라이트노벨들까지 그 소재들이 풍성한 것입니다.
한국은 기껏해야 판소리 6부작 (그나마 적벽가는 조선 이야기도 아님), 이런 것만 있으니 무슨 소재가 풍성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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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6(2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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